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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지정기부] 전남광주 남구 | 길 위에서 살아남아, 가족을 만날 때까지

  • 2026.09.17
  • By 콘텐츠팀

[지금, 이 지정기부] 전남광주 남구 | 길 위에서 살아남아, 가족을 만날 때까지

남구에서 구조된 고양이 600마리, 입양은 60마리였다


전남광주 남구의 이전 이야기 ① [지금, 이 지역] 전남광주 남구 | 특산품 하나 없는 도시, 전국 1위의 기적 →
이 기사에서

① 갈 곳을 잃은 성묘, 살아남기 어려운 자묘
② 고양이와 가족을 잇는 도심 속 공간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선언하며 시작한다. 이어 카메라는 집 앞 공터에서 만난 어미 고양이 ‘랑이’와 다섯 마리 새끼 고양이를 따라간다.

희봉이, 깜냥이, 춘양이, 점박이, 퉁퉁이. 이름을 얻은 고양이들의 하루가 하나씩 펼쳐진다. 길 위에서 태어나 먹이를 찾고, 몸을 숨기고, 서로 기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영화가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길 위의 고양이들은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 일련번호 25-7653 고양이

2025년 8월 14일 광주 남구 주월동에서 작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남짓. 몸무게는 90g에 불과한 수컷이었다.

곧장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이하 동물보호센터)로 옮겼다. 이틀 뒤인 8월 16일, 이름조차 없던 일련번호 ‘25-7653 고양이’가 죽었다. 자연사였다.


▲ 일련번호 26-7060 고양이

올해 4월 25일에도 남구 승촌캠핑장에서 생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몸무게 170g의 수컷이었다.

동물보호센터로 옮긴 이 녀석 또한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일련번호 ‘26-7060 고양이’ 또한 자연사였다. 동물보호센터 박자윤 팀장은 새끼 고양이의 상태가 하루 사이에도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끼 고양이는 어제랑 오늘을 알 수가 없어요.
오늘 밥 잘 먹고 배변도 잘하고
검사도 괜찮아서 입양을 보내도
다음 날 죽었다는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상태가 급격하게 달라져요.”


▲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수수

갈 곳을 잃은 성묘, 살아남기 어려운 자묘

동물보호센터에는 유기묘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길에서 다치거나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상태로 발견된 길고양이도 들어온다. 문제는 길고양이가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뒤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다친 고양이는 치료에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 그동안 사람 손을 탄다. 다시 길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오랫동안 비운 원래 영역은 다른 고양이가 차지한다. 치료가 끝나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박자윤 팀장은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고려해야 할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 박자윤 팀장

“그래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도
포획해서 수술한 뒤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TNR(Trap-Neuter-Return) 방식으로 합니다.

보통 3일 안에 제자리로 보내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그런데 센터에 들어온 길고양이는
치료하면서 오래 머물게 됩니다.

그런 고양이를 치료가 끝났다고
무작정 원래 자리로 보낼 수 없는 거죠.”

그렇다고 새로운 가족을 찾기도 쉽지 않다. 보호센터에서 입양 문의가 집중되는 건 어린 고양이다. 성묘는 입양 문의가 적다.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사람에게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특히 성묘는 이미 형성된 성격과 생활 습관까지 살펴야 한다. 좋은 뜻으로 입양하려는 이들에게도 성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게 보호해야 할 성묘가 하나둘 동물보호센터에 남았다. 그러다 보니 현재 동물보호센터에는 고양이만 약 120마리가 머문다. 개까지 합치면 보호 개체만 250마리 안팎이다. 센터의 적정 수용 규모가 약 250마리인 것을 고려하면 이미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포화 상태인 거다.


▲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

여기에 매년 봄과 여름이면 또 하나의 문제가 겹친다. 어린 고양이다.

어미를 잃었거나 스스로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어린 고양이가 수시로 구조된다. 한 마리가 아니라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오기도 한다.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았거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고양이도 많다. 스스로 먹을 수조차 없다.

사람이 일일이 먹이고 배변도 도와야 한다. 공간과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보호해야 할 새끼 고양이가 계속 들어오는 거다.

“센터에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들은 대부분 약한 상태입니다.
잠복해 있던 질병이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마리가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전염병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결국 한곳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매일 소독하고 관리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남구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 5월까지 남구에서 구조해 동물보호센터로 보낸 유기묘 (다치거나 어미 없는 3개월 이하 어린 개체 포함)만 총 600마리였다.

이 가운데 실제 입양으로 이어진 건 60마리(10%)에 불과했다. 반면 자연사가 441마리로 73.5%, 인도적 처리가 13마리(2.2%)였다.

이번 지정기부 사업을 담당하는 남구청 동물축산팀 김성재 팀장은 현재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 남구청 동물축산팀 김성재 팀장

“광주 전역에서 구조하는 유기동물을
광역동물보호센터 한 곳에서 모두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남구 통계만 봐도 자연사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어미를 잃은 3개월 이하 어린 고양이가 많이 들어오는데,
자연사 대부분도 어린 고양이에게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남구에서 구조한 고양이라도
직접 돌보고 살려보려는 겁니다.”


▲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춘장이

고양이와 가족을 잇는 도심 속 공간

남구가 생각한 해법은 더 큰 보호시설을 만드는 게 아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몰린 고양이를 도심으로 나누고, 시민과 만날 새로운 통로를 만드는 거다.

그 통로가 고향사랑기부 지정기부 사업으로 추진하는 ‘도심형 유기묘 입양센터’다. 구조한 고양이를 보호하고 치료해 새로운 가족으로 연결한다.

시민은 생활권 가까이에서 고양이를 만나고 입양과 자원봉사,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김성재 팀장은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도심형’을 꼽았다.

“외곽에 대규모 보호시설을 새로 만드는 방식보다는
도심의 기존 상가나 유휴공간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보호센터까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공간에서 고양이의 성격이나 생활습관을 살펴보고,
충분히 상담한 뒤 입양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구는 우선 유기묘를 대상으로 도심형 입양센터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런 후에 보호와 입양, 시민 참여가 자리를 잡으면 유기견까지 사업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유기동물 보호체계를 넓히는 거점으로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현장의 요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입양할 고양이를 보호센터에서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남구에서 동물보호센터로 보내는 고양이 가운데는 집을 잃은 유기묘보다는 다친 길고양이와 어미를 잃은 자묘가 훨씬 많다. 박자윤 팀장은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남광주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고식이

“고양이는 강아지와 완전히 달라요.
강아지는 주인을 잃거나 버려진 유기견 문제가 중심입니다.

고양이는 실제 집을 잃은 유기묘보다
길고양이 문제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유기묘를 잘 보호해서 좋은 가족에게 입양 보내자’는
식으로만 접근하면 안 됩니다.

다친 길고양이는 어떻게 할지,
어미를 잃고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새끼 고양이는 어떻게 돌볼지,
TNR은 어떻게 할지 여러 문제가 함께 얽혀 있어요.”

남구도 이런 현장 목소리를 세부 사업계획에 반영할 생각이다. 남구에서 구조한 어린 고양이를 곧바로 동물보호센터로 보내는 대신 일정 기간 직접 수유하고 치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스스로 먹고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한 뒤 지역 동물보호단체나 임시보호자와 연계하고, 이후 입양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를 위한 지역 동물병원 연계와 기존 TNR 사업도 함께 고민한다.

이렇게 되면 남구에서 구조한 고양이 일부를 지역에서 먼저 품을 수 있다. 동물보호센터로 한꺼번에 몰리는 개체가 줄고, 어린 고양이는 좀 더 집중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다.

동물보호센터 역시 남은 동물의 보호와 사회화, 입양에 더 힘을 쓸 수 있다. 남구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며 현재 지정기부 모금을 이어가고 있다.

김성재 팀장은 평소 유기묘를 비롯한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시민 여러분의 기부가
죽어가는 어린 고양이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추진하는 만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동물복지 사업의
좋은 사례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부금이 실제로 고양이들의 치료와 보호,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한편, 지난 2월 동물보호센터 홈페이지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올라왔다. 남매 고양이 둥실이와 동실이 입양 후기였다.

보호자는 수컷 둥실에게 ‘아인’, 암컷 동실에게 ‘아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남매 고양이는 이제 새집에 적응해 한 가족의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

보호자는 “입양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아인과 아린을 평생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 아인이와 아린이

영화 <고양이 춤> 후반부에 다시 새끼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수컷 ‘잠보’와 암컷 ‘예삐’ 사이에서 네 마리가 태어난다.

윗집에 사는 부부는 새끼들을 위해 박스로 집을 만들어주고 물과 사료를 챙겼다. 잠보는 박스 곁에서 경계를 서고, 예삐는 박스 안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린다.

카메라가 그 모습을 비추는 동안 마지막 내레이션이 흐른다.

“녀석들은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사랑을 하고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길 위에 사는 것은 고양이만이 아니다.
길 위에 사람이 산다.
그리고 고양이가 산다.”
전남광주 남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의 마음을 이어가는 두 사람을 만납니다.
10만 원 기부자를 모으는 강규정 봉선1동장과, 자신이 지켜본 시간우체국에 100만 원을 보탠 나기용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음 이야기 : [우리 곁의 엔젤] 전남광주 남구 | 10만 원을 모으는 동장, 100만 원을 보탠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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