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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지금, 이 지역] 경기 안성시 | 고향사랑기부금 2년 만에 10배, 어떻게 가능했나

  • 2026.09.02
  • By 콘텐츠팀
경기도 최남단에 자리한 안성은 전형적인 도농복합 도시다. 오랫동안 농축산업과 전통산업을 키워왔다. 동시에 제조업과 물류업도 발달했다.

[지금, 이 지역] 경기 안성시 | 고향사랑기부금 2년 만에 10배, 어떻게 가능했나


이 기사에서

① 기부했더니 텃밭이 생겼다
② 새벽 6시, 밥보다 버스를 먼저 타는 아이들
③ 2026년 상반기에만 모금액 10억 원 돌파
④ 지역 자원을 기부로, 기부를 관계로

경기도 최남단에 자리한 안성은 전형적인 도농복합 도시다. 오랫동안 농축산업과 전통산업을 키워왔다. 동시에 제조업과 물류업도 발달했다. 다양한 지역 자원을 품고 있는 거다. 한편, 안성은 고령화와 생활 서비스의 빈틈, 자연재해, 안성 밖에 주소를 두고 출퇴근하는 생활 인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안성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경쟁력과 과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바라봤다. 지역 강점은 답례품으로 살리고, 기존 예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는 지정기부로 풀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 기관과 대학, 복지기관, 농축산물 생산자와 전통공예 종사자 등 지역 안에서 이미 활동하던 조직과 사람이 함께했다. 지역 자원과 인적자원, 지역 의제를 고향사랑기부제 하나로 묶어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2023년 2억 4,200만 원이었던 고향사랑기부금은 2025년 27억 2,900만 원으로 2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모금액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과는 관계다.


▲ 김보라 안성시장

“단순히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안성시를 응원하는 지지자 그룹이 더 많이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안성에 관심을 두고 찾아오고, 안성과 계속 관계를 맺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고향사랑기부는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제도라고 봅니다.”

기부했더니 텃밭이 생겼다

안성은 원래 농업이 강한 도시다. ‘안성마춤’이라는 브랜드로 쌀과 한우, 배, 포도, 인삼 등 지역 농축산물을 키워왔다. 안성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시작하며 이런 지역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역 생산자를 발굴하고, 기부자가 선택할 만한 답례품으로 구성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중요한 축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2025년 안성시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은 답례품은 쌀이었다. 한돈과 한우 등 축산물도 상위권에 올랐다. 전체 답례품 가운데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도 압도적이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농업 경쟁력을 고향사랑기부제의 가장 강력한 입구로 활용했다.


▲ 안성맞춤 방짜유기 2인 술잔 세트

안성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안성맞춤 방짜유기도 답례품에 담았다. 그 결과 안성맞춤 방짜유기 2인 술잔 세트는 2024년 인기 답례품 8위에서 2025년 3위까지 올라섰다. 전통공예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와 만난 거다. 김보라 시장은 답례품을 단순한 기부 보상으로 보지 않았다.

“답례품은 안성의 농민과 생산자, 지역을 기부자에게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안성의 쌀과 한우를 드셔보고, 방짜유기 같은 상품을 사용하면서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 안성은 어떤 곳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심이 다시 구매로 연결되고, 안성을 찾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안성시는 답례품 개념을 ‘상품’에서 ‘경험’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안성은 평택·용인·천안과 맞닿아 있다. 경부·중부·평택제천·세종포천고속도로 등 4개 고속도로가 지난다. 서울에서도 자동차로 약 1시간이면 닿는다. 수도권 기부자를 직접 안성으로 불러올 수 있는 거리인 셈이다. 그래서 안성시는 ‘기부했더니 텃밭이 생겼다’라는 이름의 도시민 텃밭 답례품을 선보였다. 답례품으로 쌀 한 포대 보내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텃밭은 다르다. 씨앗 심으러 오고, 작물이 자라는 모습 보러 오고, 수확하러 또 와야 한다. 그렇게 안성 왔다가 밥도 먹고 장도 보고 여행도 한다. 답례품을 한 번의 보상에서, 안성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경험으로 확장한 거다.

안성시는 지역 농산물을 답례품으로만 활용하지 않았다. 지정기부에도 연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거리 통학 청소년을 위한 아침 간편식 프로젝트’다. 안성 농가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지역 학생들 아침 식사로 활용하는 구조다. 같은 농업 자원을 답례품에서는 지역경제와 홍보에, 지정기부에서는 교육과 복지에 활용했다.

지역에 있는 조직도 함께 움직였다. 지정기부 사업이 정해지면 고향사랑기부 담당 부서는 모금만 맡는다. 실제 사업은 교육·복지·체육 등 관련 부서와 전문 기관이 실행한다. 이를테면 ‘발달장애인 한라산 등반 프로젝트’는 안성시장애인체육회가 기획과 운영을 맡고, 한경국립대 등 지역 기관이 훈련과 등반 과정에 힘을 보탰다. 이렇듯 행정이 모든 것을 직접 끌고 가지 않는다. 안성 안에 이미 있는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고, 고향사랑기부금이 그 연결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 발달장애인 한라산 등반 프로젝트

새벽 6시, 밥보다 버스를 먼저 타는 아이들

지역 강점은 기부 자원으로 만들고, 지역 과제는 기부 이유로 만들었다. 안성시는 지금까지 학생 아침 간편식, 대설 피해 복구, 발달장애인 한라산 등반, 1형 당뇨 지원, 청소년 야간 안전 귀가, 유기 동물 입양 활성화 등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를 지정기부로 연결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 새로운 체육·문화 활동을 경험하기 어려운 장애인, 늦은 밤 이동이 불안한 청소년,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 동물까지.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동안 한정된 예산만으로는 이런 문제까지 충분히 챙기기 어려웠다. 안성시는 이런 생활 서비스의 빈틈과 행정 사각지대를 지정기부 의제로 끌어냈다. 김보라 시장은 지정기부를 정할 때 무엇보다 지원 대상과 기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택받는 사람들이 조금 더 명확해야 합니다. 내가 낸 돈이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기부자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사업 결과도 너무 먼 미래가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부하는 분도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성시는 자연재해 복구도 지정기부로 풀어냈다. 2024년 11월 27~28일 안성 전역에 평균 60.53cm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시설하우스와 축사 등 농업시설이 무너졌다. 피해 농가만 3천여 곳에 달했다. 안성시는 곧장 ‘대설 피해 복구 지원’ 지정기부를 열어 약 6,600만 원을 모았다. 이 기금으로 대설 피해 농가의 농업재해보험 자부담 일부를 지원했다.

지역의 과제를 푸는 방식이 지정기부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안성시는 고령화와 그에 따른 노인 일자리 문제도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결했다. 안성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19%다. 주민 5명 가운데 1명에 가깝다. 고령 인구가 늘수록 은퇴 이후에도 소득과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의 필요성도 커진다. 그 사례가 ‘안성맞춤시골농가’다. 이곳에선 어르신 10명이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어 답례품으로 판매한다. 2025년에는 ‘국산 참·들기름, 볶음참깨’가 안성시 인기 답례품 6위에 올랐다. 답례품 판매가 늘수록 어르신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커지는 구조를 만든 거다.


▲ 안성맞춤시골농가 어르신들

안성의 또 다른 과제는 주소 밖에 있다. 산업단지와 기업이 많은 안성엔 평택·용인 등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도시의 일상과 경제를 함께 만들고 있지만 행정상 주민 인구에는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안성시는 이들을 단순한 외지인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안성과 관계를 이어가는 생활 인구로 끌어안기 위해 다양한 고향사랑기부 캠페인을 벌였다. 2025년 12월엔 롯데칠성음료 안성공장을 찾았다. 안성상공회의소, 한국세무사회 등과 함께 임직원을 대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렸다. 안성에서 일하는 사람을 실제 기부 참여로 연결하기 위한 현장 캠페인이었다.

실제 기부자의 주소지에서도 서울·경기 비중이 컸다. 2025년 안성 기부자 가운데 경기 거주자는 9,662건(37%), 서울 거주자는 6,862건(26%)이었다. 둘을 합하면 전체 기부 건수의 63%다. 모든 서울·경기 기부자를 생활 인구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주목할 만한 수치다. 안성은 이처럼 지역의 여러 과제를 고향사랑기부제 안으로 끌어들여 하나씩 풀어냈다.

2026년 상반기에만 모금액 10억 원 돌파

기부자는 숫자로 답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 안성시에 모인 고향사랑기부금은 2,040건, 2억 4,200만 원이었다. 2024년엔 6,363건, 6억 6,900만 원으로 늘며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모금액 1위에 올랐다. 2025년엔 큰 폭으로 뛰었다. 26,323건, 27억 2,900만 원을 모으며 2년 연속 경기도 1위를 지켰다. 불과 2년 사이 모금 규모가 10배 이상 커졌다. 올해도 모금 속도가 빠르다. 상반기에만 모금액 10억 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모금 시기도 달라졌다. 2024년에는 전체 모금액의 75.2%가 12월 한 달에 몰렸지만 2025년엔 61%로 낮아졌다. 8월부터 모금액이 늘기 시작해 9월 1억 2,800만 원, 10월 2억 8,700만 원, 11월 4억 1,9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아예 연말 경쟁을 피해 상반기부터 기부자를 공략했다. 앞으로도 설날과 가정의 달, 추석, 연말처럼 시기별 이벤트를 열어 연중 기부를 유도하고, 재기부자 혜택과 답례품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부가 늘면서 답례품 판매 실적도 함께 뛰었다. 2024년 5,810건, 1억 8,400만 원이었던 실적은 2025년 25,980건, 약 7억 9,200만 원으로 늘었다. 답례품 판매가 늘수록 지역 생산자와 업체가 전국의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기회도 커졌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엔 고향사랑기부제가 새로운 온라인 판로 역할을 했다. 상품을 전국에 알리고, 온라인 판매와 포장·배송을 경험하며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고향사랑기부제 하나로 지역 농축산물과 공예품을 전국에 알리고, 새로운 소비를 끌어들여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더한 거다.

외부에서도 안성의 성과를 주목했다. 안성시는 2025년 행정안전부 주관 고향사랑기부제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또 제1회 SBS 고향사랑기부대상에서는 대상과 농촌 활성화 유공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올해엔 한국지방자치학회와 시사저널이 공동 주최한 제1회 고향사랑기부제 어워드에서 ‘수도권 혁신상’까지 받았다. 김보라 시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기부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이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부해 주신 분들이 ‘내가 낸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구나’라고 느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기부금이 시민과 지역을 위해 투명하고 가치 있게 쓰여야 합니다. 그래야 한 번 기부했던 분이 다시 안성을 생각하고 또 기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 자원을 기부로, 기부를 관계로

안성시는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우선 기부자 선택에 맞춰 답례품 구조를 계속 손본다. 현재 안성시가 운영하는 답례품은 167개다. 이 가운데 108개가 3만 원대다. 10만 원 기부가 절대다수인 현실을 반영한 거다. 최근엔 세액공제 혜택 확대에 맞춰 6만 원대 답례품도 14개까지 늘렸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답례품 공급업체와도 꾸준히 머리를 맞댄다. 업체를 선정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분기별 협의회를 열어 품질과 구성, 신규 상품도 함께 논의한다. 올해 9월엔 스타필드 안성의 안성마춤마켓과 고삼호수휴게소 로컬푸드 직매장에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존을 조성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만 접했던 답례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게 된 거다.


▲ 답례품 공급업체 협의회

지정기부 의제도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아침밥 지원으로 시작한 청소년 복지를 야간 안전 귀가까지 확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지역 기관을 넘어 전국 단위 단체와도 손잡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현재 모금 중인 ‘안성 1형 당뇨 지원 프로젝트’가 그런 사례다. 1형 당뇨 환우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혈당 관리 교육과 식단 지원 등을 통해 건강관리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김보라 시장은 지정기부 출발점이 지역의 필요와 기부자 공감에 있다고 강조했다.

“분야를 먼저 정해놓고 사업을 찾기보다 안성에 실제 필요한 일인지, 기부자가 그 필요에 공감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1형 당뇨 지원사업처럼 전국적인 조직과 함께 지정기부를 추진하면 참여 범위도 넓히고, 안성이라는 도시를 전국에 알릴 기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안성시는 앞으로 모금 이후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그동안 모금에 집중한 나머지 기부금을 어디에 썼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는 사업 진행과 결과, 수혜자의 변화를 꾸준히 알리고 재기부로 연결해 보려 한다.

안성시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만들려는 흐름은 명확하다. 기부 → 방문 → 재기부 → 관계 → 관계 인구·생활 인구 → 정착. 기부와 답례품으로 안성을 처음 경험한 사람이 직접 안성을 찾아와 먹고 보고 소비한다. 한 번의 방문이 두 번, 세 번으로 늘고, 다시 기부하면서 안성과의 관계도 깊어진다. 주소는 달라도 안성을 계속 찾고 응원하는 관계가 쌓인다. 안성시는 이런 관계를 생활 인구로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안성이 은퇴 이후 ‘제2의 정착지’가 되는 그림까지 그린다. 지난 3년 동안 안성시는 지역의 자원과 사람, 과제를 기부로 연결했다. 이제 그 기부를 다시 사람과 관계로 돌려놓으려 한다. 김보라 시장은 기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정기부사업과 매력적인 답례품을 꾸준히 발굴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따뜻한 고향사랑기부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안성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위기브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계속 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안성시의 지정기부가 실제 현장에서 만든 변화를 따라갑니다.

다음 이야기 바로가기 :  [지정기부, 그 후] 경기 안성시 | “백두산은 언제 가요?” 발달장애인 20명의 끝나지 않은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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