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wezine 상세

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답례품 뒤의 사람] 경기 안성시 | 안성맞춤시골농가, 참기름을 짜는 어르신들

  • 2026.09.11
  • By 콘텐츠팀

[답례품 뒤의 사람] 경기 안성시 | 안성맞춤시골농가, 참기름을 짜는 어르신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바로 짜는 신선한 참기름


안성의 이전 이야기 ① [지금, 이 지역] 경기 안성시 | 고향사랑기부금 2년 만에 10배, 어떻게 가능했나 → ② [지정기부, 그 후] 경기 안성시 | “백두산은 언제 가요?” 발달장애인 20명의 끝나지 않은 도전 → ③ [답례품 뒤의 사람] 경기 안성시 | 놋반, 방짜유기를 만드는 사람들 →
이 기사에서

① 안성의 깨가 기부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② 일할 곳이 생기자, 하루가 달라졌다


▲ 안성맞춤시골농가에서 일하는 어르신들. 왼쪽부터 나금자, 이인순, 최창희, 김숙경, 권영래.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냄새다. 안성맞춤시골농가(이하 시골농가) 작업장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소하고 진한 깨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흔히 신혼부부를 두고 깨가 쏟아진다, 깨 볶는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다. 그 말의 참뜻을 알 것 같았다. 볶은 깨에서 올라오는 고소한 향이 작업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입구 밖까지 흘러나왔다.

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8월이었다. 어르신들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깨를 옮기고 기계를 살피고, 갓 짜낸 기름을 병에 담았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 농담 한마디 던지자 여기저기서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조금 전까지 진지한 얼굴로 기계를 살피던 어르신들이 금세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

안성의 깨가 기부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시골농가에서는 국내산 참깨와 들깨로 기름을 짠다. 안성과 수원 등에서 농사지은 참깨와 들깨다. 포대째 들어온 깨가 가장 먼저 올라가는 곳은 저울이다. 한 번 작업할 양은 6kg. 나금자 어르신이 무게를 맞춘다. 계량한 깨를 세척기에 넣는다.

“기름 짤 때 제일 중요한 건 맛도 아니고, 향도 아니고, 위생이에요.
먹는 거잖아요.

그래서 깨를 세척기에 넣고 세 번 정도 씻어요.
겉에 묻은 흙이나 먼지 같은 불순물을 최대한 빼내야 하거든요.
씻고 물을 빼고, 다시 씻는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 나금자 어르신

실제로 시골농가는 여느 동네 방앗간과는 확실히 다르다. 큼지막한 착유기와 볶음기, 각종 스테인리스 설비가 번쩍번쩍 빛난다. 바닥에도 깨 한 줌이나 기름때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빨간 앞치마에 위생모와 장갑까지 갖춰 입은 어르신들은 작업 틈틈이 기계를 닦고 바닥을 정리했다.

물기 뺀 깨를 나금자 어르신이 볶음기에 담는다. 이때부터 냄새가 달라진다. 고소한 향이 본격적으로 퍼진다.

이곳에서는 참깨 약 220도, 들깨는 약 170도를 기준으로 볶는다. 다만 숫자에 무조건 맞추는 건 아니다. 그날 들어온 깨의 수분 상태 등에 따라 온도를 조금씩 조절한다.

“좋은 땅에서 키운 깨를 가장 신선할 때 들여와요.
그다음은 볶는 온도가 중요해요.

참깨는 높은 열로 특유의 진하고 고소한 향을 끌어내고,
들깨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볶아 고유의 향을 살리는 거예요.

결국 참기름하고 들기름은 재료가 얼마나 좋으냐,
또 그걸 얼마나 알맞게 볶느냐에 따라 맛하고 향이 달라져요.
저희 시골농가 참기름, 들기름의 맛과 향이 좋은 비결이죠.(웃음)”

잘 볶은 깨는 착유기로 옮긴다. 커다란 기계 안으로 깨를 쏟아붓는다. 잠시 뒤 착유기 아래 좁은 금속 홈을 따라 갈색빛 기름이 가느다랗게 흘러내린다.


▲ 이인순 어르신

막 짜낸 기름엔 미세한 깨 찌꺼기가 섞여 있다. 기름은 착유기 아래 놓인 촘촘한 망을 한 차례 거친다. 찌꺼기는 망 위에 남고 걸러진 기름만 아래쪽 원통형 통으로 천천히 내려간다.

이인순 어르신은 그 앞을 떠나지 않는다. 기다란 주걱으로 기름을 계속 저어가며 상태를 살핀다.

깨를 씻고 볶아 기름을 받아내기까지는 두 시간 남짓이 걸린다. 통에 기름이 충분히 모이면 이제 병에 담을 차례다.

바닥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앉은 최창희 어르신이 통 아래 밸브를 열어 병 하나하나에 기름을 받는다. 적당한 양이 차오르면 뚜껑을 닫고 스티커를 붙인다. ‘국산 참기름’이라고 적힌 250ml 한 병을 완성한다.

시골농가에서는 여느 공장처럼 미리 수백 병씩 짜놓고 쌓아두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생산해 최대한 빨리 발송한다. 최창희 어르신은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오래 두면 맛하고 향이 점점 떨어지고,
묵은 기름 냄새가 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미리 짜놓지 않아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바로 짜서 병에 담고,
가능하면 그날 바로 보내요.

그래야 가장 신선할 때 드실 수 있으니까요.”


▲ 최창희 어르신

깨를 씻고 볶고 짜고 거르고 병에 담기까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이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갓 짜낸 참기름과 들기름 한 병이 작업장을 떠나 기부자의 식탁으로 향한다.

일할 곳이 생기자, 하루가 달라졌다

시골농가는 안성맞춤시니어클럽(이하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사업단이다.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이자 노인복지시설이다.

현재 안성시 노인 약 1,700명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다양한 일자리에 참여한다. 이 가운데 어르신 10명이 일하는 시골농가는 2020년 문을 열었다.

시니어클럽 김봉주 관장은 어르신들이 평생 살아오며 익힌 경험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 김봉주 관장

“어르신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일을 가르쳐 사업단에서 일하시게 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보다는 살아오시면서 이미 해봤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이 좋죠.

시니어클럽 사업단의 스팀세차장이나 반찬가게가 대표적입니다.
시골농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집에서 깨도 볶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직접 짜서 먹었습니다.
그런 재능을 살려드리고자 시골농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시니어클럽 사업단은 일반적인 식품 회사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일반 회사가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내기 위해 사람을 고용한다면, 시니어클럽 사업단은 반대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올해 73세인 이인순 어르신은 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달라진다며 웃었다.

“여기 아니었으면 집에서 TV나 보고,
경로당이나 왔다 갔다 했겠죠.

그런데 직장이 있으니까, 아침에 나올 데가 있고,
동료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같이 일하니까 하루가 금방 가요.

내가 번 돈이 있으니까 손주 용돈도 주고,
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요.

이 나이에 이렇게 내 손으로 기름 짜서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 상품을 정리하는 권영래 어르신

동네 방앗간 역할을 해오던 시골농가가 새로운 판로를 찾은 건 2023년이다. 안성시 제안을 받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업체로 참여했다.

이곳에서 만든 국산 참기름·들기름과 볶음 참깨가 전국 기부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2024년엔 471건, 1,500만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안성시 전체 인기 답례품 3위에 올랐다. 작년에도 명절 인기 답례품으로 전국의 많은 기부자에게 사랑받았다.

최창희 어르신은 무척 바빴던 지난해 추석을 떠올렸다.

“평소에는 주문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명절이 다가오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작년 추석 때도 주문이 밀려서
다들 바쁘게 움직였던 게 생각나네요.

체력적으로 좀 힘들긴 했어도 보람을 느꼈죠.
전국에서 많은 분이 저희 참기름, 들기름을
선택해 주신 거잖아요.

정말로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도 추석이 한 달밖에 안 남아서,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어요.
기계도 정비해 놓고, 신선한 깨도 챙겨다 놓고요.”

김봉주 관장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지역 주민에게 제품 판매하던 작은 사업단이 이제는 안성 밖 소비자와 만난다.

그만큼 제품 품질부터 포장, 배송, 신선도까지 챙겨야 할 게 많아졌다.

“안성에 계신 분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기부자분들이 저희 제품을 받아보시잖아요.

그래서 포장 하나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어떻게 하면 갓 짠 기름을 더 신선하게 보내드릴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에게 사랑받는 시골농가를 만들고,
그게 다시 어르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시니어클럽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 경험과 손맛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보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현장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안성을 떠나 다음 편에서는 전남광주 남구로 향합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만난 사람과 현장의 이야기를 이어서 전합니다.

다음 이야기 : 전남광주 남구

좋아요
초기화 버튼

연관된 지역을 더 알아보고 싶다면?

연관된 지역의 프로젝트를 확인해보세요.

댓글 공통

0 / 100
댓글 0
최근 본 답례품 최근본답례품 0

제목

팝업닫기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