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wezine 상세

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지금, 이 지역] 전남광주 남구 | 특산품 하나 없는 도시, 전국 1위의 기적

  • 2026.09.16
  • By 콘텐츠팀

[지금, 이 지역] 전남광주 남구 | 특산품 하나 없는 도시, 전국 1위의 기적

전국 기초단체 1위, 모금액 71억
특산품 하나 없는 도심형 자치구의 기적


이 기사에서

① 쿠팡보다 싸고, 쿠팡보다 좋고, 쿠팡보다 많이
②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지정기부
③ 기부금이 만든 변화, 천원택시와 715번 마을버스

2025년 7월 아침 9시. 전남광주 남구청 고향사랑팀 직원 세 명이 청사를 나섰다. 향하는 곳은 병원과 대학, 기업, 공공기관 등이었다. “10만 원 기부하면 100% 세액공제 받고 3만 원 상당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도 취지와 명분 같은 복잡한 얘기보다는 혜택 먼저 설명했다. 전략이었다. 고향사랑팀 직원들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 찾아가는 현장 홍보 당시 모습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현장 홍보에 힘을 집중했습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장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진짜 영업한다는 심정으로 시민분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렸습니다.”

이렇듯 남구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진심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23년부터 고향사랑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그때부터 세입 관리뿐 아니라 답례품 발굴, 지정기부 기획, 홍보와 민간 플랫폼 협업까지 독자적인 업무 역량을 구축해 왔다.

그 결과 2025년 고향사랑기부금 7만 1,248건, 71억 2,400만 원을 모았다. 2023년 2억 3,400만 원에서 약 30.4배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2025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김병내 남구청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성과를 정리했다.

“첫 번째는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답례품,
두 번째는 가슴을 울리는 지정기부 사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위기브 등 민간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참신한 홍보와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렸기에
지난해 전국 1위라는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김병내 남구청장

쿠팡보다 싸고, 쿠팡보다 좋고, 쿠팡보다 많이

남구청 회의실, 김병내 청장과 고향사랑팀 직원들이 테이블에 답례품을 늘어놓았다. 김병내 청장이 답례품을 꼼꼼히 살폈다. 그러고는 직원에게 “낱개 하나에 1,500원이면 최소 20개는 들어가야 하잖아요?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라고 물었다.

곧이어 남구에서 생산하지 않는 감귤이 회의 주제로 올랐다. 제주 지역과의 교류 관계를 통해 감귤을 답례품에 넣자는 구상이었다. 이어지는 회의 내내 ‘기부자가 정말 받고 싶은 상품은 무엇인가?’를 묻고 답했다. 마치 온라인 쇼핑몰 MD(Merchandiser, 상품 기획자) 회의 같았다.


▲ 답례품을 점검하는 김병내 청장과 고향사랑팀

“남구는 인구 20만의 도시형 자치구입니다.
농어촌 지자체와 출발 조건이 다릅니다.

한우 목장도, 사과밭도, 바다도 없습니다.
답례품을 선정할 때 지역성만큼
상품성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지역 상품이니까 선택했다’가 아니라
‘좋은 상품을 골랐더니 남구 상품이었다’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던 겁니다.”

답례품을 바라보는 남구의 ‘MD 마인드’가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막 시행한 2023년 2월, 김병내 청장을 비롯한 실무진은 제도의 원형인 일본 고향납세 현장을 찾았다. 귀국하자마자 남구만의 고향사랑기부 모금 및 홍보 전략 연구에 들어갔다.


▲ 2023년에 이어 2025년 6월 지속가능관광 일본 공무국외출장을 통한 고향사랑기부제 벤치마킹

연구 결과, 남구의 조건은 분명했다. 내세울 만한 특산품이 없었다. 그렇다고 없는 특산품을 억지로 만들 수도 없었다.

남구는 질문을 바꿨다. 우리가 주고 싶은 답례품인가, 기부자가 받고 싶은 답례품인가. 답례품을 상품으로, 기부자를 소비자로 바라보기 시작한 거다.

“실제 기부가 들어오면 기부자의 주소지와 연령,
기부 금액, 기부 시기, 이용 플랫폼,
선택한 답례품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어떤 답례품이 많이 선택되는지,
어느 플랫폼에서 기부가 증가하는지,
어떤 시기에 기부가 집중되는지를
계속 살펴봤습니다.”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답례품 업체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좋은 업체가 있으면 무조건 찾아갔다. 직접 사서 먹어보고, 괜찮으면 답례품으로 참여해달라고 권했다. 고민하는 업체는 여러 번 찾아가 설득했다.

그렇게 하나씩 품목을 늘렸다. 2024년 17개 업체 41개 품목이던 답례품은 올해 57개 업체 158개까지 확대됐다.


▲ 시내버스 외부 지면광고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리는 남구

무작정 품목만 늘린 것도 아니다. 남구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에 민감한 30~40대 직장인이 핵심 타깃이라고 봤다. 한우와 한돈처럼 누구나 선호하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젊은 층이 찾을 만한 가공식품과 디저트 품목도 늘렸다.

대표적인 게 아리앤키친의 바스크치즈케이크다. 실제로 아리앤키친의 케이크와 타르트 주문은 2024년 289건에서 2025년 2,023건으로 약 7배 늘었다.


▲ 아리앤키친의 바스크치즈케이크

남구 전략은 적중했다. 2025년 남구에 기부한 전체 7만 1,248건 가운데 30대가 3만 2,474건(45.6%)으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1만 7,774건(24.9%)으로 뒤를 이었다. 열 건 가운데 일곱 건이 30~40대에서 나온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남구는 위기브 등 민간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상품을 어떻게 보여줄지, 온라인에서 어떻게 홍보할지는 시장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년 여름 두바이쫀득쿠키가 한창 유행하자 남구는 곧장 ‘두쫀쿠’를 답례품으로 선보였다. 전국의 KIA 타이거즈 팬을 겨냥해 기부자 대상 추첨을 통해 레플리카 유니폼과 모자 세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 그동안 남구에서 진행한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 사례

지금도 추석맞이 답례품 1+1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등급 한우 등심 400g에 400g을 더해 총 800g을 답례품으로 주는 식이다. 한우 외에도 한돈, 쌀, 김치 등 다양한 답례품을 2배로 즐길 수 있다. 품목 소진에 따라 조기 마감될 수 있다.

남구의 답례품 전략은 실제 판매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2025년 ‘1등급 한우 등심’은 판매 실적 8억 3,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국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한돈 삼겹살도 4억 8,000만 원어치 팔렸다. 특산품이 부족했던 도시형 자치구가 오히려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답례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지정기부

2025년 11월 25일 남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 악기 소리가 울렸다.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남구 장애인예술단이었다. 발달장애 연주자들이 악기를 들었다. 익숙한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연주가 이어질수록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말 같은 건 그곳에서 의미 없었다.

90분 동안 무대 위 사람들은 음악으로 자신을 보여줬다. 객석은 박수로 대답했다. 남구 장애인예술단은 2021년부터 합창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남구는 이들의 이야기에 이름을 하나 더 붙였다. 장애를 넘는 천상의 하모니. 장·천·하.

온라인 쇼핑몰 MD처럼 답례품을 구성했던 남구는 지정기부 사업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스토리텔러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았다.

시작부터 그랬다. 2024년 남구는 ‘시간우체국 조성 프로젝트’를 지정기부 사업으로 내놓았다. 올해 11월부터 임시 개관하는 시간우체국은 오늘 쓴 편지나 영상을 보관했다가 10년, 20년, 길게는 100년 뒤 원하는 날짜에 보내주는 공간이다.


▲ 시간우체국 전경

2025년부터는 사람의 얼굴과 변화가 보이는 지정기부 사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장천하’가 대표적이다. 2025년 1월 장애인예술단 활동을 지정기부 사업으로 올렸다. 연말까지 목표액이었던 2억 원을 넘어 총 2억 1,200만 원을 모았다.

“이 친구들에게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해외공연 한번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미국에 가서 타임스스퀘어 같은 곳에서도
연주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고향사랑기부로
그 꿈을 함께 준비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변화는 수영장에서도 나타났다. 남구 반다비체육센터에는 장애인들이 함께 수영하는 ‘우니행’ 수영클럽이 있다. ‘우리는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의 줄임말이다.

남구는 2025년 장애인 수영클럽 운영을 지정기부 사업으로 올렸다. 3,000만 원 목표로 시작해 연말까지 7,300만 원을 모았다.

전국 기부자들의 응원이 더해진 2025년, 우니행 선수들은 네 차례 전국대회에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정봉기 선수는 배영 50m에서 한국 신기록을 거듭 경신했고 전국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안성빈 선수와 한준서 선수도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내가 낸 기부금으로 장애인들이 계속 음악을 하고,
다른 장애인은 수영을 배우면서
자기 안의 재능을 발견하는 거예요.

기부자 입장에서도
‘내가 낸 돈이 저 사람의 삶에 닿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남구는 올해 또 다른 실험을 한다. 그동안 복지와 취약계층 중심으로 쌓은 경험을 문화예술과 동물복지로 가져간다.

양림동에서는 주민과 예술가, 상인이 2021년부터 양림골목비엔날레를 스스로 만들어왔다. 남구는 이 축제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지정기부 사업을 시작했다.


▲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리는 양림동 골목 풍경

“좋은 전시 하나를 보러 사람들이 골목을 찾고,
머물고, 주변 가게를 이용하면
그것이 결국 지역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거죠.”

남구가 올해 9월 새롭게 꺼내 든 이야기는 고양이다. 원도심의 빈 점포를 활용해 도심형 유기묘 입양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센터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고향사랑 지정기부로 모으기 시작했다.

시간우체국의 편지에서 시작해 장애예술인의 미국 공연, 발달장애인의 수영, 골목의 미술축제, 길 위 고양이의 새로운 가족까지. 남구는 지역의 문제와 사람의 꿈 하나하나를 이야기로 바꿨다.

기부금이 만든 변화, 천원택시와 715번 마을버스

기부금이 모이면 결국 지역이 변한다. 남구의 고향사랑기부금은 공연장과 수영장에만 가지 않는다. 지역 주민의 평범한 하루 곳곳에도 들어간다.

아동복지시설을 떠나 홀로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의 자립을 돕고, 취약계층에 필요한 생활 물품을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점자정보단말기를 지원하고, 장애인이 사용하는 전동보장구를 수리한다.


▲ 남구청 전경

남구는 올해 지정기부와 일반기부를 합쳐 모두 45개 기금사업에 약 22억 1,500만 원을 투입했다. 그 가운데 주민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닿는 사업이 ‘으뜸효 천원택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병원에 갈 때 택시를 이용하고 본인은 편도 1,000원만 부담한다. 광주 시내 병원은 최대 2만 원, 화순전남대병원은 최대 3만 원까지 남구가 지원한다.

이 사업에 고향사랑기금 약 1억 2,000만 원이 들어갔다. 이용 문턱을 낮추자 1~2월 151명이던 신청자가 3~4월에는 523명까지 늘었다. 누군가의 기부금이 어르신의 병원 가는 길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마을버스 715번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버스는 효천1지구 약 4,390세대, 1만 명 넘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선이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운행 차량이 2대까지 줄었다.

남구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고향사랑기금 5,000만 원을 유류비로 지원했다. 그 결과 운행 버스가 다시 6대로 늘었다.

하반기에도 운행을 이어가기 위해 10월부터 12월까지 3,000만 원을 추가 지원한다. 고향사랑기금 덕분에 1시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이제는 편하게 715번을 이용한다.


▲ 제1회 2026년 대한민국 고향사랑기부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은 남구

남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기부금을 잘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기부자에게 다시 알리며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지난 기부가 만든 변화를 먼저 보여줘야 그다음 응원과 재기부도 부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작년에 기부해 주신 돈이 어디에 쓰였고,
그 돈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알려드려야 합니다.

본인이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충분히 알려드리고,
그다음에 다시 한번 남구를 응원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구는 올해 고향사랑기부금 200억 원을 목표로 다시 뛴다. 지난해 71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만만치 않은 목표다. 동시에 양림골목비엔날레와 유기묘 입양센터처럼 새롭게 시작한 사업을 제대로 안착시키는 것도 과제다.

김병내 청장은 마지막으로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남구에 기부할 이유를 계속 만들고,
기부해 주신 분들이
‘내가 남구를 응원하길 잘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남광주 남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위기브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에서 어떻게 쓰이고,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계속 전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길 위의 고양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전남광주 남구의 도심형 유기묘 입양센터를 따라갑니다.

다음 이야기 바로가기 : [지금, 이 지정기부] 전남광주 남구 | 길 위에서 살아남아, 가족을 만날 때까지 →

좋아요
초기화 버튼

연관된 지역을 더 알아보고 싶다면?

댓글 공통

0 / 100
댓글 0
최근 본 답례품 최근본답례품 0

제목

팝업닫기
내용